엄청난 스타성이 오히려 활동에 제약이 될 때 아쉽진 않느냐는 질문에 김준수는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솔직히 제약을 받을 때도 있죠. 하지만 그래서 힘들다거나 아쉽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기엔, 지금 누리고 있는 게 매우 많아요.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제 경우엔 이 일을 해서 얻게 되는 좋은 점이 훨씬 많고요. 행복한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모범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와의 이야기를 마친 후 들었던 생각은 어쩌면 이게 정말 그의 진심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김준수와의 길었던 대화를 지면에 옮긴다.
*이 인터뷰는 <디셈버> 개막 전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뮤지컬이라는 무대에 서기까지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가장 먼저, 첫 작품 <모차르트!> 연습실에 갔을 때의 기분, 기억해요?
(상기된 목소리로) 어, 예, 기억하죠. 정말 덜덜덜 떨렸죠. 연습 첫날 ‘나는 나는 음악’ 악보를 딱 주시면서 음악감독님이 피아노를 쳐주시는데, 와, 솔직히 제가 아이돌이지만, 노래는 어느 정도 자신 있거든요? 근데 그 노래를 불렀을 땐 이게 뭐지 싶었어요. 코드가 가요하고 완전히 달라요. 게다가 르베이 선생님 곡이 정말 클래식하잖아요. 불협화음도 진짜 많고. ‘자유, 축제, 빛나는 궁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이거 불협인데? 지금 맞는 거예요?” 이랬어요. 근데 일부러 그렇게 쓰신 거래요. (계속 흥얼거리며) ‘촛불은 바람에 꺼지고. 얼마나 잔혹한 인생. 의미도 없는 세상인가.’ 지금은 익숙해져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지, 처음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모차르트!> 너무 힘들었다. (웃음)
<모차르트!> 음악이 정말 어렵긴 하죠.
정말 말도 안 되게 어려워요. ‘어떻게 그림자 잃고!’ 이 노래는 너무 높고. 어쨌든 첫날 두 시간 음악 연습을 하고 멘붕 상태로 나왔더니, (신)영숙 누나가 ‘황금별’을 부르고 있는 거예요. 그다음엔 (정)선아 누나가, 그다음엔 (민)영기 형이, 다들 마이크 찬 것처럼 노래를 부르는데, 그 순간 숨고 싶었어요. 진짜 못하겠다 싶었죠. 그래서 그날 대표님께 제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죄송하지만 못하겠다고 했어요. 근데 해내야만 한대요. 어떡해요.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이걸 하지 않으면, 여기서 내가 부러질 거라는 생각으로 연습했죠.
뮤지컬은 처음이라고 해도, 배우들과 프로 대 프로로 만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 같고.
네. 처음엔 매니저의 케어 없이 그렇게 사람 많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게 좀 힘들었어요. 데뷔 후엔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음식점에도 안 갔으니까. 특히 그땐 (전 소속사 문제로) 1년 정도 활동을 쉬고 있었잖아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무서웠을 때라 더 힘들었어요. 아이돌 출신이 뮤지컬 주연을 맡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여기 사람들과 잘 융화될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이 있었죠. 다행히 다들 무척 잘해주셨어요.
준수 씨가 설령 잘못했다고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근데 그게 어떤 때는 좀 무섭지 않아요? 무조건적인 호의를 받는 거요.
저라서 더 좋게 봐주셨다는 건 알아요. 아마 기술적으론 많이 부족했겠죠. 그래도 하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최소한 작품에 푹 빠져서 살았다는 점이에요. 제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으니까.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는, 진짜 제 마음이 그랬어요. 세상에 대고 외치고 싶었던 말이었죠. 무대에서도 그 신에선 매번 울부짖었어요. 매일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그래서 김준수의 <모차르트!>를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가 ‘진정성’ 아니었을까요.
운 좋게 저하고 잘 맞는 작품을 만났던 것 같아요. 캐릭터를 머리로 이해하지 않아도 됐으니까. 근데 <모차르트!> 첫 공연은 진짜 못 잊을 것 같아요. 특히 커튼콜 때의 그 박수 소리. 지금까지 수많은 무대에 서서 박수를 받아봤지만, 그런 짜릿함은 처음 느껴봤어요. 커튼콜 박수는 제가 표현한 인물이 어느 정도 설득력 있었다는 관객들의 대답 같다고 할까. 진짜 뿌듯해요.
준수 씨 공연에 반응이 뜨겁지 않았던 날이 있었을까 싶지만, 그래도 관객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건 아무래도 <엘리자벳>의 토드 아닐까 싶어요.
<엘리자벳>도 시작 전엔 진짜 걱정이 많았어요. 토드가 어떤 캐릭터인지 찾아봤더니,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중후한 목소리의 배우들이 맡았던 역할이더라고요. 나하고는 안 맞는 게 아닐까 싶었죠. 근데 르베이 선생님이 토드(죽음)는 판타지를 의인화한 캐릭터인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시는 거예요. 제 상상 속의 죽음을 표현해 보라고 하셨죠. 죽음은 어린아이일 수도, 어른일 수도 있고,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다면서. 내가 죽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래서 생각한 게 약간 여성스러우면서 섹시한 죽음이에요.
<엘리자벳>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니, 준수 씨의 생각이 맞았다는 게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겠네요.
아뇨, 절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남우주연상을 받았기 때문에 더 큰 부담을 느껴요. 다음 작품도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뭐랄까,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항상 기사화되는 건 김준수의 매진 기록이잖아요. ‘김준수 5분 만에 전석 매진’ 이런 기사만 쏟아지죠. 모든 일이 수치화한 성적으로 매겨지는 거, 좀 지치지 않아요?
그건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바꾸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티켓 파워라는 건, 나이를 좀 더 먹으면 분명히 떨어질 거잖아요? 그럼 그때는 배우 김준수에 좀 더 집중해 주시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일단 실력 있는 배우가 돼야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진 기사와 더불어 항상 따라오는 이슈가 개런티 논란이고요.
음, 정말 무례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개런티가 왜 자랑이 아니라 숨겨야 할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연예인에게 개런티는 그 사람의 비즈니스적인 가치인 건데…. ‘김준수 개런티 대박을 치다!’ 이런 기사가 나오긴 힘들까요? (웃음) 어쨌든 뭐든 제가 더 잘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진 주로 음악성이 강한 작품에 출연했잖아요. 춤이 많이 들어간 뮤지컬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예전에 관계자에게 준수 씨가 팀에서 움직임이 가장 좋은 멤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런 말을 제 입으로 하긴 그렇지만… (웃음) 어쩌다 보니 보컬 이미지가 부각됐지만, 저한테 춤과 노래는 50대 50이에요. 그러니까 멋있게 춤출 수 있는 작품, 저도 당연히 해보고 싶죠. 정말 무대에서 땀 흘려보고 싶어요. 정말 열정적으로 몸을 움직였을 때, 비 오듯 쏟아지는 그런 땀이요.
문득 든 생각인데, 이런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다 하는 상상도 해봤을 것 같아요.
토드를 주인공으로 뮤지컬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터널 토드’라고 해서, 엘리자베트가 죽은 후 의 토드를 그리는 거예요. 아니면 아예 새로운 현대적인 이야기를 쓰거나.
예전에 ‘뮤지컬은 나의 모든 걸 업그레이드 해주는 장르’라고 말한 적이 있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래요?
일을 안 할 땐 노래 듣고 컴퓨터만 하는 제가 그 시간에 대본을 읽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발전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여러 스타일의 노래를 불러보는 것도 저한테는 큰 배움이 되죠. 뮤지컬에서 배운 걸 제 앨범에 많이 반영하고 있어요.
네 번째 작품 <디셈버>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디셈버> 이야기를 해볼게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소감은 어땠어요?
우연히 만난 여자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평생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 어떻게 보면 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잖아요? 근데 장진 감독님이 그러셨는데,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가 한창 불리던 시절에는 정말 그렇게 사랑했대요.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친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서 매일 정류장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자기 집 방향과 다른 버스에 그녀가 내릴 때까지 타고 있고. 그 시절의 남자들은 다 숙맥이었고 유치하게 사랑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도 그러셨대요. (웃음)
<디셈버>는 지금까지 했던 성스루 뮤지컬과는 성격이 좀 다른 작품인데, 출연을 망설이진 않았어요? 대사가 정말 많다면서요.
네, 대사가 정말 많아요, 정말. <디셈버>는 제가 했던 뮤지컬들에 비해 연극적인 색이 강한 작품이죠. 사실, 성스루 뮤지컬이 아닌 작품을 이렇게 빨리 하고 싶진 않았어요. 왜냐면 제 자신을 잘 아니까요. 그런데 마음을 바꾼 게, 스펙트럼을 넓히려면 이런 뮤지컬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타이밍상 연기를 배우기에 좋은 시점인 것 같았고요. 그래서 또 한번 도전을 해보자 싶었죠.
<디셈버>를 선택한 동기는 김광석의 음악이라는 요소도 중요했겠죠?
네, 음악이 제일 중요하긴 해요. 음악이 좋으면 시나리오에 약간의 빈틈이 있어도, 무대에서 충분히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습은 어때요? 2막에선 사십대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데, 어렵지 않아요?
‘<천국의 눈물>에선 오십대도 했는데, 사십대야 뭐. 열 살 어린 건 그나마 낫겠지’ 이런 생각이에요. (웃음) 그리고 요즘엔 다들 젊게 살잖아요. ‘지욱이는 공연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진 않을 거야’ 혼자 자기 최면을 걸고 있어요. 하하. 그런데 억지로 사십대처럼 보이려고 하진 않으려 해요. 제스처나 대사 톤에 살짝 차이를 두는 정도로 자연스러운 변화를 주려고요. 그래서 2막에서 화이에게 말할 때는 조금 딱딱하고 고압적으로 말하려고 해요.
혹시 준수 씨만의 캐릭터 접근 방법이 있어요?
골똘히 뭔가를 생각한다기보다, 대본을 읽으면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그려져요. 장진 감독님도 자연스럽게 유도해 주시는 스타일이고요. 뭔가를 만들어주고 “이렇게 해봐” 하시지 않고, “우선 네가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줘” 이러시죠. 배우들이 자신이 생각한 대로 먼저 해보게 한 다음, 뭔가를 첨가해 주시거나, 빼주시는 방식으로 작업하시죠. 그러다보니 배우들의 개성이 돋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준수 씨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이에요? 어떤 아이디어를 냈어요?
네, 저도 몇 개 아이디어를 냈어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지욱이와 성태의 삼겹살 집 신이에요. 거기서 지욱이 만취 상태로 나오거든요. 근데 저는 술을 많이 마셔본 적이 없어서 제가 만취한 연기를 하는 건 너무 어색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알딸딸하게 취한 정도로만 표현하는 건 어떻겠냐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정자세로 서 있었나 봐요. 약간 비틀거려주는 정도는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극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뭐예요?
옥상에서 이연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요. 지욱이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거든요. 그 신에서 창작곡 ‘스치다’를 부르는데, 그 노래도 정말 좋아요. 못 볼 줄 알았던 이연과 다시 마주치는 강의실 장면도 좋아하고요.
이번 작품에 코믹적인 요소가 많다고 들었어요. 무대에서 어떤 모습일지 기대돼요.
음, 뭔가 재미있게 웃기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숙맥인 남자가 어떻게든 첫눈에 반한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어리숙한 모습에서 웃음이 유발되는 거죠.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있어요.
<디셈버> 개막 후의 이야기
첫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음, 세종문화회관은 정말 큰 무대구나. <모차르트!> 이후 3년 만에 다시 이 무대에 서본 건데, 이곳은 역시나 참 넓은 무대예요. 창작뮤지컬이어서 개막 전엔 걱정도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모든 배우가 박수를 받았고, 정말 벅찼죠. 이제 진짜 공연이 시작됐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첫 주 공연을 모두 소화하는 건 어땠어요? 일주일 공연을 무사히 끝낸 소감이 궁금해요.
일주일 공연을 소화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밸런스를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까 그게 잘 안 됐어요. 제가 지금까지 네 편의 뮤지컬을 하는 동안 제 나름의 철학이 생겼는데, 그게 ‘무대에서 쉬어가는 페이지란 있을 수 없다’거든요. 항상 최선의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완 다르게 평범한 대학생을 연기하는 게 어떨까 궁금했는데, 자연스러워서 좀 놀랐어요. 1막에선 순수한 청년 그 자체던데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잡은 거예요. 지욱이와 제가 비슷한 점도 있고요. 저도 스무 살엔 여자 앞에서 쑥스러움을 많이 탔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은 씩씩하게 했거든요. 어떻게든 좋아하는 사람의 눈에 띄려고 노력하는 것도 비슷하고.
강의실 장면에서 내내 어쩔 줄 몰라 하며 웃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던데요. 그때 무슨 생각해요?
아, 하숙집 때부터 그래요. 옥상에서 이연을 만난 뒤로 상사병에 걸린 것처럼 그녀 생각만 하는 거죠.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서 보인 얼굴, 내 이야기에 웃던 모습, 뭐에 홀린 듯 계속 생각나는 거죠. 첫사랑이란 그런 느낌이니까.
1막 마지막 신에서 어떻게 그렇게 잘 울 수 있어요? 매일 그렇게 울면 힘들지 않아요?
그 장면 처음 연습했을 때는 보온병 뚜껑을 열다가 울었어요. 연습실에서도 매번 콧물이 흐를 정도로 울었어요.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떠나가는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이연에게 빠진 연기에 몰입하면, 마지막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요. ‘그댈 보내고 멀리’ 이 노래를 시작하면 이연을 떠나보낸 게 정말 실감이 나면서 더 눈물이 나요.
공연 전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2막에서 무리해서 사십대처럼 보이려고 연기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이연이 떠난 후 여전히 과거 속에서 사는 지욱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어느 정도는 의도한 거예요. 이십대 지욱이가 보여준 사랑과, 사십대 지욱이가 느끼는 그리움에 균열이 있으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만약 관객 분들이 2막의 지욱이 이연을 잊지 못해 시간이 과거에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주시면, 절반의 성공이죠. 제가 2막에서 표현하고 싶은 건, 사십대 윤지욱이 아니라, 이연을 계속 마음에 담고 있는 윤지욱이니까요.
1막에서 보온병 뚜껑을 못 열면서 울 때, 2막에서 화이에게 나를 못 알아보겠냐며 머리를 헝클어뜨릴 때, 또 사람을 밟고 지나갈 때, 이런 장면에서 관객들 반응이 좋잖아요. 이건 준수 씨가 생각한 애드리브인가요?
아니요, 사람을 밟고 지나가는 것 말고는 모두 대본에 있는 내용이에요. 사람 밟는 건 조복래 씨랑 저랑 맞춘 애드리브죠. 조복래 씨가 워낙 재미있고 재능이 많은 친구라서 같이 작은 상황을 연출해 본 거예요. 관객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공연을 하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된 노래나 장면이 있어요?
공연을 하면서 ‘그날들’과 ‘거리에서’를 더 좋아하게 됐어요. 훈의 테마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도 좋아하고요. 좋아하게 된 장면은, 음, 학교 축제가 끝나고 제가 이연을 찾아가서 집까지 바래다주는 장면이요. 무대에선 세트가 전환돼서 장소도 바뀌고, 조명으로 시간이 낮에서 밤으로 변하니까 정말 하루 종일 데이트한 느낌이더라고요.
지금 다시 <디셈버>를 한 줄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래요?
<디셈버>는 아련한 기억이다.
끝으로 새해 <디셈버>를 찾는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디셈버>에서 윤지욱 역을 맡은 김준수입니다. 2014년이 왔네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힘차게 한 해를 시작하시길 바라요. 뭐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1퍼센트의 행운이 따르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바라고요. 새해에 우리 뮤지컬을 보러 오신다면, 극장에 오시기 전, 김광석 선배님의 ‘그날들’을 들어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