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0.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였기에 더욱 솔깃했습니다. 운명을 넘어선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사실 세계적인 뮤지컬 스타와 호흡을 맞춘다는 자체가 너무 기대됐죠. 지금도 브래드 리틀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마냥 설렙니다.”
다음 달 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천국의 눈물’의 두 주인공 김준수(24)와 브래드 리틀(47)을 지난 10일 서울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만났다.
김준수는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으로 우연히 만난 베트남 여인 ‘린’과 운명을 뛰어넘은 사랑에 빠지는 ‘준’ 역을, 브래드 리틀은 권력을 이용해서라도 사랑하는 여자 린을 지키고 싶어 하는 미군 장교 그레이스 대령 역을 맡았다. 김준수는 그룹 동방신기와의 갈등을 둘러싼 심정 등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브래드 리틀은 이름 때문에 국내에서 ‘빵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천국의 눈물’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나.
김준수: ‘천국의 눈물’은 한국에서 만든 창작극이고 초연 작품이다. 기존 작품들과 달리 나와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음악에 끌렸다. 이런 멋진 음악 안에서 연기하고, 노래하고 싶었다.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을 비롯해 ‘지킬 앤드 하이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브로드웨이 유명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 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브래드 리틀: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함께 공연하고 연습하는 과정은 가히 환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연습과정에서 한국 배우들에게 가르쳐 주거나 아이디어를 주곤 하느냐고 묻는다. 내가 가르쳐 주는 것보다 준수씨나 다른 한국 배우들로부터 색다른 스타일, 연기, 느낌 등을 많이 배우고 있다.
한 사람은 한국의 아이돌 스타이고, 또 한 사람은 세계적인 뮤지컬 스타다.
김준수: ‘오페라의 유령’ 공연 영상을 보면 항상 나오는 분이 리틀이다. 직접 뵌것도 영광이지만 단 1초의 연습과정에도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며 매번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극 중 리틀이 화를 내는 장면이 있는데 다른 배우들이 리틀의 연기를 보고 긴장하게 된다. 분위기 또한 묘하게 싸해진다. 역할 모델이다.
리틀: 준수씨는 매우 열정적이다. 사실 연습하면서 준수씨가 맡은 준이란 배역에 질투나는 경우가 있다. 준수씨가 너무 배역을 잘 소화해서다. 특히 준수씨는 여성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일가견이 있다. 연기가 너무 좋아 나 또한 본받고 싶다.
나이 차이가 꽤 난다. 삼각 관계를 연기하는 데 있어 몰입이 어렵지 않나.
리틀: 진정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하나? 준은 굉장히 젊고 멋있으면서도 섹시하다. 내가 극 중 준수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많은데, 아마도 이 모든 것을 갖춘 준수에게 질투심을 느껴서일지도 모른다.
김준수: 나이보다는 극 중 직책이 저는 일반 사병이고, 그레이스는 대령이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오히려 한 여자를 놓고 대립하는 장면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려면 제가 좀 더 잘해야 한다. 부담이 크다.
JYJ와 동방신기의 갈등 얘기가 계속 나온다. 전 소속사(SM엔터테인먼트)를 겨냥한 듯한 글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는데.
김준수: 어떻게 될지, 지금 상황이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작년보다는 올해 더 좋은 소식으로 팬들을 만나고 싶다. 그 마음뿐이다. 2010년보다는 2011년, 좀 더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김준수 “스쳐가는 배우 아닌 제대로 된 배우될 것”
티켓 오픈 5분만에 매진, 130만원짜리 암표 등장, 회당 출연료 1위. 모두 JYJ 시아 준수(본명 김준수·24)가 세운 기록이다.
지난해 데뷔작 뮤지컬 ‘모차르트’에 15회 출연해 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자신인상도 거머쥐었고 인터파크가 선정한 티켓파워 1위에도 올랐다. 출연작 한편으로 ‘대박’을 터뜨린만큼 그는 제작자에게는 ‘황금알’로 불리지만 일부 배우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다보니 ‘미운 오리’로 비쳐지기도 하는게 사실이다.
그가 선택한 두번째 작품‘천국의 눈물’ 개막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남산 창작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제게 아직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민망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제대로 된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인터뷰 도중 그는 ‘진정성’과 ‘노력’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썼다.
“‘잠시 해볼까’하는 마음이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진성성이 와 닿아서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다른 배우들의 시기 어린 눈빛에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내가 뮤지컬 배우였어도 경험 없는 젊은 친구가 불쑥 와서 주인공 하면 곱게 안봤을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제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연습할 때, 무대에 설때 그저 한번 스쳐가는게 아니라 정말로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답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달 전 ‘천국의 눈물’제작발표회때만 해도 극도로 긴장된 모습을 보였던 그는 변해 있었다. 연습이 한참 진행된 덕분인지 자신감이 붙어 보였고, 흔들리는 눈빛 대신 밝은 미소를 띠며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전했다.
“뮤지컬이 내는 힘, 그 감동과 환희가 가슴 벅차요. 내가 아닌 어떤 역으로 탈바꿈한다는 것, 그것도 연기만이 아닌 노래·춤·동작을 모두 함께 한다는 점에서 뮤지컬 속엔 예술의 모든 게 담겨 있어요.”
그는 “발성 면에서도 가수가 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콘서트처럼 내 노래 실력을 뽐내는게 아니라 절제가 더 필요한 것 같다”면서 “그런 점때문에 쉽지 않지만 이질감이 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장 나다운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한다”면서 자신의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JYJ 동료인 유천(본명 박유천)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 인기몰이를 한 것과 비교해 김준수는 뮤지컬에 대한 남다른 애착도 드러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우선은 뮤지컬 배우를 꿈꿔 왔기 때문에 좀더 집중하고 싶고 뮤지컬 무대에서 좀더 활동하고 싶은 마음예요.”
그는 ‘모차르트’때 15회 출연분 4만5000장을 3시간만에 매진시켰고 ‘천국의 눈물’역시 티켓이 오픈 5분만에 김준수 출연분만 매진됐다.
“제가 티켓 파워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런 기록들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때론 자극과 채찍질이 되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크고 나를 보러온 분들에게는 그만큼의 몫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천국의 눈물’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국군 병사와 베트남 여가수, 그리고 미군장교의 엇갈린 사랑과 슬픈 운명을 담았다. 김준수는 베트남 여가수 ‘린’을 사랑하는 한국군 ‘준’ 역을 맡았다. 또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으로 유명한 ‘브래드 리틀’이 김준수의 라이벌 역으로 출연한다.
“브래드 리틀처럼 세계적 뮤지컬 스타와 함께 공연하는 건 큰 공부가 되죠. 같이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도 리틀처럼 에너지 넘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날 그는 린 역의 이해리와 ‘I’ve never loved like this’를 열창한 뒤 애절한 키스신을 선보여 현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오자 “‘모차르트’보다 키스신이 적어 아쉽다”며 “사실 다른 배우들은 진짜로 키스신을 했는데, 오늘 이해리 씨와의 키스신에서는 시늉만 했다. 해리 씨에게 죄송하다”고 농담까지 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