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함. 예상치 못하게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하고 스튜디오에 등장한 김준수의 머리카락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물론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김준수는 또렷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데뷔 8년, 출발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스타가 아니었던 순간이 없지만, 스스로 선택하기를 망설이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한층 더 성장한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 흥미로웠다. 첫 솔로 앨범 <TARANTALLEGRA>로 성공적인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월드 투어에 나서기 전, 김준수를 만났다.
지난 2월 인터뷰를 마치고 유로 2012 우승팀을 맞춰보라고 했더니 3초간 고민하다 "스페인!"이라 외쳤다. 정말 예상대로 됐는데, 이번 유로 경기들은 좀 봤나.
해외 공연과 겹칠 때 말고는 아침 일찍부터 스케줄이 있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꽤 챙겨 봤다. 사실 결승전 때는 너무 뻔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내심 이탈리아를 응원했지만 스페인이 워낙 잘 하더라. (웃음)
새벽 경기를 챙겨 보다니, 여유가 좀 생긴 모양이다.
너무 무리가 아닌 이상 회사에서 잡은 스케줄을 그대로 두긴 하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사전에 듣고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도 있고 휴식시간을 예측할 수도 있다. 확실히 그런 면에선 내 생활을 갖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
"지금은 비호감보다 무서운 게 무난함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5월 솔로 1집 앨범 <TARANTALLEGRA>를 발매하고 서울에서 시작해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를 진행했는데 막바지에 이른 소감이 어떤가.
처음 솔로 앨범을 냈을 때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는데 콘서트를 해 나가면서 그런 우려가 줄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그래서 앞으로 내 앨범을 낼 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게 예전보다 좀 더 뚜렷하게 그려진다.
그 뚜렷함이라는 게 앨범 자체에서도 느껴진다. 여러 장르의 곡들이 수록되었지만 김준수의 색깔이라는 면에서 일관된 지점이 있다.
일단 다양한 장르를 넣자는 게 목적이었고 콘셉트였다. R&B나 스탠다드 슬로우를 비롯해 내가 부르는 발라드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정통 발라드를 넣기도 했지만, 타이틀곡만큼은 내가 정말 표현하고 싶었던 곡으로 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 타이틀곡으로는 발라드가 어울린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예상을 벗어난 데서 출발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판단일 거라고 봤다. 발라드는 솔로 곡으로도 많이 들려드렸고, 동방신기부터 JYJ 활동까지 늘 노래하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타이틀로는 퍼포먼스가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 결과 'TARATALLEGRA'가 나온 셈인데, 들으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이 곡은 멜로디가 먼저였나, 이미지가 먼저였나.
이미지, 무조건 이미지였다. 전에 만든 'Xiahtic'이나 'Intoxication'의 경우는 춤이 먼저였다. 이제까지는 비트만 들어도 춤을 추고 싶어지는 경우가 아니면 멜로디도 만들지 않았는데, 'TARANTALLEGRA'는 첫째가 이미지, 둘째가 춤, 그 다음이 멜로디였다. 사실 그동안 내가 했던 댄스곡은 아메리칸 팝이나 R&B, 혹은 동방신기 시절 '라이징 선'처럼 군무에 어울리는 곡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거기서 좀 벗어난 걸 해 보고 싶었다. 그 때 뮤지컬 <엘리자벳>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죽음'을 의미하는 토드라는 역의 이미지를 좀 더 다양한 각도로 표현해서 이 앨범과 부합지켜보자.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음악, 콘셉트, 스타일, 춤... 모든게 시작됐다.
그래서 음악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강렬하고 센 콘셉트가 나왔는데, 이런 걸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좀 걱정했다. 사실 센 게 좋다고만은 볼 수 없는게, '오, 세다!'라는 강렬함은 있지만 그냥 비호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한 적정선을 찾는게 어려웠다. 하지만 웬만한 한국 가수보다는 그래도 세게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방송 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음... 안 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겠다. 지금은.(웃음) 어쨋든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세고 다양한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송에 나간다면 심의를 거쳐야 하고, 수위가 더 세면 뮤직비디오도 방송 불가가 되겠지만 어차피 유튜브에 올라가고 블로그에 돌아다닐 영상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음악 안에서는 비호감보다 무서운게 무난함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내가 나왔다는 걸 알리는게 중요하지, 무난함보다 독이 될 건 없어 보였다. 다행히 회사에서도 내 의견 수렴을 잘 해주셨고, 지원이나 협력도 최대한으로 해주셨다.
TV가 중심인 시장 대신 공연과 음반, 음원의 소비자들을 향해 활동한다는 면에서 변화가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할 것 같다. 그 와중에 낯설거나 대중에서 비호감인 결과물이 나올지언정, 물론 그 적정선에서 답을 찾는 게 우리의 숙제겠지만, 계속 색다른 걸 보여주려는 노력이 드러나도록 하고 싶다.
이번 앨범에서는 솔로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솔로 퍼포머로서의 자신감도 어느정도 드러나는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춤이 더 좋으냐, 노래가 더 좋으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나는 노래가 먼저라고 절대 말하지 못할 만큼 춤을 정말 사랑한다. 물론 팀 활동에서는 각자 맡은 분야가 있으니까 퍼포먼스보다 노래 위주로 무대에 섰고,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지만 어쨌든 솔로로 홀로 서기를 했을때는 내가 그동안 보여주고 싶던 음악과 그에 맞는 퍼포먼스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사실 타란탈레그라를 처음 만들었을땐 다들 의아해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녹음도 러프믹스에 편곡에도 스트링이나 드럼 등 리드악기가 전혀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반응이 약간 냉소적이었다(웃음) 하지만 나는 매니저 형한테 진짜 한번만 믿어 달라고, '뮤직비디오 촬영하면 괜찮을거다. 이건 듣는곡이 아니라 보는곡이다' 라면서 설득했다. 조금 특이한 프로모션이지만 뮤직비디오를 음원보다 하루라도 먼저 공개한 데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확실히 뮤직비디오의 강렬하고 리드미컬하면서도 몽환적인 영상이 이 곡을 완성시킨다는 느낌이 있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춤이야 내가 잘 추면 되겠지만 영상은 내가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걱정을 많이 했고, 처음으로 앵글에도 관여를 좀 했다. 예를 들어. 나는 춤 출 때 카메라 흔드는 걸 정말 싫어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건 춤을 못 추는 사람들이 그걸 커버하기 위해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컷도 각도를 바꾸는건 괜찮지만 카메라를 흔드는 순간 춤은 안 보인 채 그냥 흘러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이 감독님이 이미지를 잘 잡아주셨고, 회사 역시 방송도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뮤직비디오에 5억 원이나 투자할 만큼 나를 믿어 주셨다.
'TARANTALLEGRA'라는 곡에 대해 '이 음악을 들으면 넌 춤추게 될 거야'라는 마성을 담은 음악이라고 말했었는데, 뮤직 비디오 안에서의 자신이 어떤 존재로 보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나.
신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중성적인 존재로 비춰지길 바랐고 그래서 메이크업이나 약간 여성스러운 느낌의 머리 스타일도 시도했다. 역시 <엘리자벳>에 굉장히 고마운 점인데, 이번 뿐 아니라 앞으로도 내 모든 음악이 약간은 뮤지컬적인 요소를 띠게 될 것 같다. 'TARANTALLEGRA'도 <엘리자벳>의 '죽음'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표출시키려 한 거니까.
TARANTALLEGRA는 듣는 곡이 아니라 보는 곡
원래 비주얼적인 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스타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렇게 화려한 콘셉트에 자진해서 도전하기까지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아이돌 치고 나는 좀 심할 정도로 관리를 안 했다. (웃음) 그렇다고 일부러 외모를 망가뜨리거나 한 건 아닌데 가수라면 노래와 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컸다. 만약 모니터에라도 좀 비춰졌으면 모르겠지만 지난 3년 동안 방송 활동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헤어도 항상 똑같이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죽음'이라는 역할을 맡으면서 일단 다이어트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초월적이고 중성적인 느낌을 내야 하는데 내가 너무 푸근해 보이니까. (웃음) 그래서 배역과 이미지를 맞추기 위해 살을 뺐더니 원래 내 팬이었던 분들조차도 변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거다. 그런 걸 보니 가수에겐 분명 노래가 가장 중요하지만 패션이나 비주얼적인 면 또한 대중에게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코디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마네킹에 입혀진 의상을 그대로 구입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웃음)
심지어 그렇게도 잘 안 샀고, 주위에서 옷 좀 사라고 노래를 불러야 가끔 살 정도였다. 그런데 작년 겨울부터는 쇼핑도 많이하고, 원래 공항 갈 때 절대 샵에 들르지 않았는데 이제는 들르곤 한다. 일단 내가 가수로 활동하는 동안만큼은 최대한 노력을 하는 게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약간의 의무감고 있는데 '일' 이라 생각하지는 않고 아티스트로서 당연히 지녀야 하는 태도, 어쩌면 퍼포먼스의 일부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원래 내 성격엔 전혀 안 맞는 일이지만. 이거 봐라, 네일 한 거...(웃음)
그런데 네일 아트는 한 번 받으면 중독성이 생기지 않나.(웃음)
맞다. 이게 또, 식성 바뀌는 것처럼 사람이 바뀌기 때문에 이제 안 하면 이상할 것 같다. 사실 이런 스타일링 때문에 해외 팬 분들 중에는 아직도 'TARANTALLEGRA'의 주인공이 나인 줄 모르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고, "멋있는데, 혹시 게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웃음) 난 게이가 아니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얘기를 듣는 게 좋다.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내가 실제로 게이든 아니든 아티스트로서 무조건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무대 위에서는 그런 식으로 평소의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면이 있는 건데, 시아로서 솔로 무대에 서는 기분은 어땠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도 뮤지컬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단지 카메라에 잘 생기고 예쁘게만 보이려고 하면서 립싱크할 때와는 달리 표정 연기가 좀 수월하게 되더라. 그래서 내가 뮤지컬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는 뮤지컬 자체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모든 면에서 나를 업그레이드시켜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솔로 가수, 특히 퍼포먼스를 함께 하는 남자 솔로 가수의 성공은 결국 표현력과 무대 장악력에 달려 있다고 보는데 서울 콘서트를 지켜보니 솔로 가수로서의 존재감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룹 활동에서와는 달리 뮤지컬에서 어느 신의 주인공으로 무대를 만드는 경험을 통해 성장한 것 같다. 물론 뮤지컬은 혼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같이 하는 작업이지만 담력이라는 면에서 많이 배웠다. 무대에서는 정말 자신감이 있으면 좀 못하는 사람이라도 그럴싸해 보이지만, 잘 하는 사람도 자신감이 느겨지지 않으면 어색해 보인다. 물론 내가 잘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 섰을 때 없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딱 그 정도의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웃음) 그래도 긴장은 많이 됐다. 그룹 활동 때 콘서트를 하면 멤버별 솔로 무대를 할 대 돌아가며 쉬었는데 이번에는 두 시간을 혼자 해야 하니까 체력 안배부터 토크까지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워낙 퍼포먼스를 중심에 둔 앨범이다 보니 춤 춰야 하는 음악도 너무 많고, 의상 차원에서 여러 곡을 쭉 가야 하는데 그걸 또 라이브로 소화하다 보니까 부담이 컸는데... 어쨌든 열심히 했다. (웃음)
'TARANTALLEGRA' 라이브 무대를 보고 있으니 지금 활동 중인 다른 아이돌 그룹이나 가수들과 색깔도 다르고 완성도도 높은 이 퍼포먼스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다는 게 다소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TARANTALLEGRA' 무대를 할 때마다, 방송에서 한 번씩만이라도 했으면 정말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1위 같은 걸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무대를 통해 설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사실 그랬기 때문에, 이 한번으로 모든 방송을 대체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었던 거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춤이 나오면 '오, 이 곡 괜찮나 보다' 싶다"
콘서트에서는 'Intoxication' 무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두 명의 댄서와 대형 거울을 활용한 연출이 안무의 매력을 극대화했는데,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
사실 그 거울은 공연 이틀 전에 급하게 세운 거였다. 'Intoxication'이 원래 군무보다 디테일이 돋보이는 안무인데 마침 안무가인 제리가 댄서를 두 명만 세우겠다고 해서 그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탑에서 핀 조명만 딱 떨어뜨려 비춘다는 얘기를 들으니 연습실에서 조명 하나만 켜놓고 춤을 출 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갑자기 "거울을 세우는 게 어떨까요?"라는 순간, 연출 분의 표정이 당황하시는 게 확 느껴졌다.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는걸 "해주세요~ 되잖아요~ 부탁할게요~" 하고 졸랐다. 사실 나도 어렵다는 건 알지만, 아티스트라면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그냥 포기해선 안될 것 같았다. 그럴 때 잘못 하면 '싸가지 없는 연예인'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웃음) 그런데 결국 고맙게도 해 주셨고, 거울을 통해 관객에서 앞모습과 뒷보습, 안무의 여러 각도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TARANTALLEGRA'의 치밀한 안무를 비롯해 'Set Me Free', 'Mission' 등 격렬한 안무와 함께 라이브를 소화했는데, 혹시 어려운 안무를 연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편인가?
어우, 재밌다. 처음에는 잠깐만 생각을 안해도 안무가 안 나오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몸이 반응해서 춤이 나온다. 사실 'TARANTALLEGRA'도 투어를 하면서 차차 여유가 생겼다. 뮤지컬도 똑같은데, 그렇게 몸에 완벽하게 익혀지고 나면 그 때부터 디테일이 가능해진다. 표정, 제스춰, 여유 같은 것들. 그 재미가 있다.
연습실이나 무대 아닌 곳에서도 춤을 출 때가 있나.
음악 만들면서 춤 출 때가 많다. 여덟 마디 혼자 써 놓고 혼자 그걸로 춤을 막 추는데 억지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고 있고 춤이 나오면 '오, 이 곡 괜찮은가 보다' 하고 조금씩 살을 붙여 나가는 식이다. 그렇게 여덟 마디만 만들어 놓은 게 백 곡은 넘는다.
관객들의 간단한 소원을 세 가지 들어주는 '지니타임'에서는 매번 '천사시아'표정 미션이 빠지지 않았다. 항상 쑥스러워 하던데, 뭐가 그렇게 민망한가.(웃음)
아...뭐, 막상 하면 또 싫지 않은데, 재밌고, 좋다. 콘서트에서야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다. 보시는 분들도 어차피 다 팬들이니까. 하지만 공공장소나, 외부 행사나, 혹은 국회의원들 앞이라거나 하는 곳에서 '천사시아'를 한다고 생각하면 미치겠다.(웃음) 아빠들이 아이들 목마 태우고 서 계신 앞에서 막 이러는건('천사시아'흉내) 남자 대 남자로서 좀 민망하다. 나도 이제 만으로 스물다섯이라...(한숨)
"언젠가 한 달 정도 장기 콘서트를 해보고 싶다"
생각해 보면 데뷔 8년 만에 솔로 앨범을 냈다는 게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또 지금이기 때문에 이만한 결과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 그 모든 것을 내가 알고 내 손길과 생각으로 나의 1집을 만들수 있었다는 게 감사하다. 단지 타이틀 곡 정해졌다는 통보를 받아 부르고, 그 조차 내가 아니라 디렉터가 원하는 대로 부르고, 뮤직비디오를 물론 모든 것이 다 정해져 있었을 때와 다르다는 그 자체가 좋은 거다. 아, 우리가 정할 수 있는게 하나 있었구나. 헤어 컨셉트.(웃음)
그래서 여러 차례 '나다운 걸 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무엇이 나다운 것이다'라고 정해 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표현했기 때문에 나답다는 얘기인 것 같다.
맞다. 물론 내가 하고 싶어 했기만 한 걸로 끝나면 안 되지만,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사람들에게 좋게 비춰질 수 있게 만들고 싶다.
혹시 지금까지와 다른 형태의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나.
언젠가 뮤지컬 극장을 대관해서 한 달 정도 장기 콘서트를 해보고 싶다. 레퍼토리도 제대로 다양하게 준비해서 내 음악은 물론 팝송, 내가 공연 때 부른 적 없는 뮤지컬 넘버도 불러 보고 춤을 안 추는 대신 밴드와 공연을 한다던가, 화려한 볼거리 대신 노래로만 온전히 두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공연이면 좋을 것 같다.
본인이 원하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진다는 것이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중요한 차이가 아닐까.
그래서 사실 이번 앨범부터 성격도 좀 바뀐 것 같다. 나는 원래 싫은 소리를 정말 못 하는 편이다. 차라리 말을 안 하고 말지. 그런데 그렇게 피한다고 좋은 작품, 좋은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물론 말을 하지 않으면 착하고 순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으니까 욕은 안 먹지만, 내가 이 작업에서 원하는 100%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딱히 나쁘지는 않지만 하나만 고치면 더 잘 나올 수 있는데 그걸 부탁하는 순간 누군가 며칠 밤을 새야 하는 상황인 경우 예전의 나라면 말을 안 했을 거다. 하지만 결국 그 분도 최고를 뽑아내길 바라고 나도 최고이길 바라는 프로페셔널인 이상, 서로가 좀 힘들고 혹시나 내가 욕을 좀 먹을지언정 말을 안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그 문제를 담당자들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이야기하고 타당하게 설득하는 거다. 아티스트로서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나 그게 성공을 못할지언정, 내가 알고 선택한 것과 모르고 선택한 것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겠지.
원문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15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