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이 아름다운 남자 김준수, 끊임없이 변신하고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남자 김준수. 변신을 시도하고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가 <앳스타일>과 함께 했다. JYJ 멤버로, 뮤지컬 배우로, 그리고 솔로 가수로. 쉴 새 없이 달려가고 있는 멈추지 않는 남자 김준수. 그가 말하는 남자 김준수 이야기.
Directed by KIM JI YEON Photographed by ZO SE YONG EDITOR LEE MIN JI
# UNCOMMITTED
솔로 가수로 변신하면서 최근 선택한 것은 영어 곡의 싱글 앨범이다. <언커미티드(UNCOMMITTED)>는 브루스 오토매틱 등 세계적인 작곡가와 작업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한국과는 다른 작업 방식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녹음할 때 녹음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 미국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오픈한 후 작업하는 방식이었다. 녹음 시간을 4시간 가량으로 잡으면 2시간은 자연스럽게 앨범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티스트를 배려하는 느낌이 들었다. 쉬고 싶으면 언제든 쉬라고 하고 목 상태가 조금이라도 안 좋은 티가 나면 난리가 났다. 최고의 스태프들이 일하는 환경이 어떤지 배웠다.”
미국 현지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에도 최고의 스태프들이 함께했다. 주어진 상황을 롱 테이크로 촬영해야 하는 새로운 촬영 방식이라 당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동선부터 확실하게 인지시켜주고 시작하는데 미국은 ‘이 여자를 꼬이듯이 노래를 해봐’ 하는 식으로 주문을 한다. 물론 동선 역시 정해주지 않는다. 그러고는 무조건 ‘액션!’을 외친다. 처음 만났는데 쓰다듬으라고 하고, 모든 배우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정말 물고기를 물에 풀어주듯이 음악을 틀어놓으면 모든 걸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촬영이 시작되니 일단 뭐라도 해보는 거였다.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획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사막에 차를 가져다두고 노래를 틀어주며 알아서 하라는 상황. 특히 처음 보는 이성을 꼬이듯 하라는 주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프로답게 촬영을 마쳤고, 수준 높은 뮤직비디오를 완성했다.
“모든 스태프가 나 하나만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쑥스럽다기보다는 어떻게든 빨리 촬영을 끝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함께 작업한 스태프들이 모두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그들 역시 한국 아티스트랑 처음 작업해보는 거였다. 그 때문에 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 내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심했던 것 같다. 그게 무엇이 됐든 말이다.”
# 그룹에서 솔로로
5인조에서 3인조, 그리고 솔로 가수로 변신했다. 그만큼 고민도 깊었고 쉽지 않았다. 특히 TV 활동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선보인 솔로 앨범은 부담이 컸다. 고민 끝에 낸 앨범, 그래서 더 퀄리티 높고 완벽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공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적어도 앨범 내기 직전에 했던 고민을 생각한다면 정말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처음 회사에서 앨범을 내자고 했을 때 싫다고 했다. TV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앨범 활동을 한다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족할 만한,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있는 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그 돈을 투자해서 원하는 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허망한 짓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솔로 앨범을 내면서 개코, 더블K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예전엔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나씩 완성해가는 모습이다.
“예전부터 그런 로망이 있었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색깔이 있다. 아무리 다르게 표현하려 해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데, 그걸 깰 수 있는 게 컬래버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걸 이야기하면 회사에서 수용하고 준비해주신다. 그런 부분이 가장 행복하다.”
# ‘파격’이라 불리는 변신
고민 끝에 발표한 앨범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시아’라는 이름을 다시 내걸었고,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중성적인 콘셉트를 선택했다. 성격이 털털한 그의 선택이라 더 의외였다. “솔직히 말하면 어색했다. 내 성격에 네일을 한다거나 휘황찬란한 색으로 머리를 염색한다는 것도 예전엔 상상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꾸미는 것에 있어서 연예인이라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그땐 나는 가수니까 노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피부과에 가라고 해도 귀찮다고 가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게 뮤지컬 <엘리자벳> 하면서 깨졌다.”
김준수는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 역을 맡았다. 몽환적이고 초월적인 캐릭터인 만큼 평범한 사람과 확연히 다른 이미지가 필요했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죽음’이란 역할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만약 방송 활동을 하고 모니터를 했다면 말을 하지 않아도 스타일을 가꿨을 텐데, 쉬는 동안 많이 루스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뮤지컬에서 표현해야 하는 ‘죽음’은 섹시하고 사신 같은 이미지였다. 거울을 보는 순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태로는 연기에 몰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등장부터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미지를 변신시키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했다.”
‘죽음’으로 변신한 후 김준수의 마인드도 바뀌었다. “가수에게 노래가 가장 중요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보여드리는 직업이라는 사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보다 우선이 돼서는 안 되지만 비주얼적인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비주얼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 이유에서 네일도 하게 됐는데 요즘은 오히려 네일을 하지 않으면 이상하단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정도로 바뀌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변화하고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발도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지금은 필요하다면 당연히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솔로 콘서트, 아시아 투어 그리고 월드 투어
약 90분간 진행되는 솔로 콘서트 무대는 보기만 해도 숨이 차는 격렬한 댄스 곡이 연달아 이어진다. 혼자 무대를 채워나가면서 가창력과 퍼포먼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타란탈레그라’를 끝내고 의자에 앉으면 다음 곡으로 선정한 ‘피버’가 시작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때론 의자에 앉는 순간 이 의자가 밑으로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댄스 곡을 연달아 배치했고 온 힘을 다해 무대에 집중한다. 그런 뒤 느끼는 희열이나 성취감은 정말 엄청나다.”
이제 월드 투어를 시작한다. 해외 무대에 오르는 마음은 국내 콘서트 무대와는 또 다르다. 국가 대표가 된 듯한 마음이랄까? 일본에서 얻은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유럽, 남미 등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시아(XIA)’를 잘 준비해서 보여주고 싶기도 하지만 한국 가수로 간 것이니만큼 무시당하지 않게 완벽한 무대를 선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사실 마지막에 ‘미션’ 무대를 할 때가 되면 내가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힘이 든다. 그리고 공연 다 끝났을 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고, 먹먹함이 느껴진다. 그게 나쁜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쉬움과 함께 약간의 공허함 그리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 같은 걸 갖게 된다.”
# 스타 아닌 김준수의 일상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스타의 진중한 고민에 감탄하게 되고, 꾸밈없이 소탈한 어법에 웃음 짓게 된다.
“친구들하고 함께 있는 걸 좋아한다. 우리 집이 아지트다. 집에 있으면 비스트의 기광이, 프로게이며 염보성, 서경종 등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다. 내가 왁자지껄한 걸 좋아해서 친구들을 많이 부르는 편이다. 기광이도 가끔 쉴 때 자주 온다.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들이 아니라서 기광이, 두준이, 지석이 형 등이 오면 밤에 한강에 가서 농구를 하기도 한다.”
연예인 축구단 FC MEN 단장이기도 한 그는 열혈 축구 마니아로 유명하다. 스스로도 “다시 태어나면 축구 선수를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몸을 사리는 편이 아니지만 무대를 서야 하기 때문에 마음껏 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래서 공연 기간에 축구를 한다고 하면 매니저들이 비상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한다.” 지난 2011년 베트남에서 열린 박지성 자선 경기에 출전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적도 있다. 경기에 뛰기 위해 참여한 것은 아니었으나 박지성의 권유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재미로 나간 건데 베트남 선수들은 내가 선수인 줄 알았던 것 같다. 태클이 막 들어오는데 볼 가지고 있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어서 다 패스했다(웃음). 경기에 나갈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지성이 형이 ‘축구 좋아하신다면서요? 같이 뜁시다’ 라고 권해서 하게 됐다. 사실 그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는데 이런 기회가 언제 있겠나 싶어서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참여했다. 국가 대표 주무님까지 오셔서 몸 상태를 봐주셨다.”
# 아이돌을 넘어 뮤지컬 배우까지
그의 티켓 파워는 뮤지컬계에서도 유명하다. 티케팅을 하기 위해선 그야말로 ‘티켓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소문이 있다. 그만큼 흥행 파워와 실력을 두루 갖춘 뮤지컬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면서 자리를 채워주시는 것 자체가 정말 고맙다. 그래서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기대감을 100%는 못 채워줘도 적어도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계에 진출해 인기에 편승해 대충 무대에 선다는 이야기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 생각이고.” 아이돌 출신의 뮤지컬 진출에 다양한 시선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선 인기를 등에 업고 쉽게 주연을 꿰찬다고 지적하고, 또 일부에서는 티켓 판매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런 시선을 이겨내기 위해 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경험하기도 했다.
“편견을 깨기 위해선 더 완벽하게 해내야 했다. 부담감 역시 있었다. 혹시나 내가 잘못해서 뮤지컬이 잘못되면 그 화살이 나를 향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 신중할 수밖에 없고 매회 작은 실수도 인정하기 싫어 더 노력했다. 하지만 편견도 많이 느꼈다. 음이 이탈되면 ‘이래서 아이돌은 안 돼’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 역시 내가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안다. 그런 인식을 조금씩이나마 변화시키는 것 역시 내 몫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김준수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더뮤지컬어워즈’에서 3년 연속 인기상을 수상하고 2년 연속 남우 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영예를 안았다. 뮤지컬 시상식은 가요 시상식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가요 시상식에서는 내가 선배 격인데 뮤지컬계에선 완전히 막내 중의 막내다. 배우분들이 예뻐해주시고 잘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너무들 잘해주신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지 인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게 싫어서 더 노력한다.”
# 데뷔 9년 차, 여전히 성장 중
벌써 데뷔 9년 차를 맞이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정확히 그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내 생각을 가지고 한다. 나에 대한 그림, JYJ에 대한 그림을 숙지하고,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이 훗날을 대비한 큰 공부가 되고 있다. 완성물들을 보면 준비 기간이 힘든 만큼 기쁨 또한 크다. 지금은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싫다. 그건 내가 아니라 나를 누군가가 잘 포장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포장 역시 기술이긴 하지만, 그런 껍데기보다는 완성도 있는 내 자신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싶다. 아티스트라면 자신만의 생각,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멤버들 역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성취하는 것에 행복해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의 생각만으로 100% 일을 진행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와 신뢰를 쌓고 소통하며 자신의 생각을 잃지 않는 아티스트가 돼라는 것이다. “회사가 시키는 것만 할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정당성이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됐으면 좋겠다. 회사가 콘셉트를 정할지언정 일부분이라도 생각을 당당하게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자기가 하는 이야기대로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생각이 있는 아티스트가 된다면 그 안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갖게 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도전하며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게 요즘 그에겐 가장 큰 즐거움이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소통할 수 있고, 스태프들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는 것. 그래서 그 길에서 경험한 실패가 이전보다 더 자신에게 큰 리스크를 준다 해도 그는 후회가 없다고 했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지금 내가 느끼는 재미 중 하나다. 항상 갈림길이 있고 고비가 있다. 스스로 그런 고비를 만들고 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지만 우선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니 후회는 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의 생각과 스태프들의 생각의 합의점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것을 통해 서로에게 믿음과 행복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