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인터뷰 전날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러 갔다. JYJ로도 뮤지컬 배우로도 우뚝 선 김준수의 첫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죽음’이란 매혹적인 캐릭터로 분한 그가 머리를 하얗게 탈색한 채 등장하자 객석은 한순간 공기가 멎은 듯 숨을 죽였다. 등장할 때마다 가슴을 졸이게 하는 강렬한 카리스마, 호소하듯 휘감는 허스키한 보이스의 김준수는 일분일초, 매 순간, 자신을 폭발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그날 본 것은 그냥 지금 이대로의 김준수. 자유롭고도 열정적인 젊음이었다. 그가 잡지와 처음으로 갖는 단독 인터뷰. 그는 스스로의 운명을 이끌어가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스마트한 남자임을 솔직한 대화로 우리에게 증명해 보였다.
화이트 시스루 니트는 곽현주, 니트 안에 입은 화이트 이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은 본인 소장품.
<엘리자벳>이 어제 첫 공연을 올렸다. 소감이 어떤가.
유럽 뮤지컬은 우리에게 생소하기도 하고 특히나 <엘리자벳>은 서정적인 요소가 더 많아 부담스러웠다. 물론 판타지적 요소가 있어서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주변의 기대가 너무나 컸고 그만큼 부담도 컸는데 막상 올리고 나니 뿌듯하다. 무엇보다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어서 짜릿하고.
팬심을 느꼈나. 커튼콜 때 객석 반응이 가장 열렬했다. 콘서트 현장 같았다.
커튼콜의 순간에야 조금 느낀다. 극이 진행될 때는전혀 모른다. 더 조심스러워들 한달까. 박수 쳐도 될 부분에 오히려 ‘해도 되나’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그냥 편하게 느끼는 대로 하면 될 것 같다. 뮤지컬이란 게 그렇게 격식을 차리는 게 아니니까.
이 작품은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그렇고 미리 현지에서 관람하고 왔던 사람들도 그렇고 ‘죽음’ 캐릭터에 가장 열광적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남자 뮤지컬 배우를 두고 인기투표를 하면 죽음 역이 늘 넘버원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죽음만큼은 그 나라의 스타들이 대대로 맡아왔다고 하더라. 나는 (<모차르트>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모차르트가 최고의 배역이라 여겼는데, 심지어 엘리자벳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그렇게나 인기가 있다는 게 예전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연기를 해보니까 딱 알겠더라. 인간이 아닌 신이고 그 안에 사람으로서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을 담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 기뻤겠다.
사실 많이 망설였다.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선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에. ‘무게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내가 좀 젊은 게 아닐까?’ 물론 최고의 뮤지컬, 좋은 배역인 것은 알겠지만 과연 내가 했을 때 어울릴까를 먼저 고민하게 되더라.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거니까. 그런데 한편으론 이 죽음이라는 역할을 과연 누가 단정지을 수 있나, 그건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더라. 죽음은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어린아이일 수도 있고 섹시한 젊은 남자일수도 있고 배 나온 아저씨일 수도 있지 않나. 아, 그렇다면 죽음이란 존재를 가장 ‘나답게’ 표현해보자 싶었다. 막상 시작하니 <모차르트> <천국의눈물>에 이어 뮤지컬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죽음이란 캐릭터를 저렇게 섹시하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류)정한이 형, (송)창의 형과 트리플 캐스팅이 됐는데 세 명이 각자 자유롭게 캐릭터를 해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중후함이나 무게감이 형들에 비해 많이 떨어질 것 같더라. 과연 중후함과 맞설 가장 팽팽한 힘이 뭘까 고민했고, 젊고 섹시한데 약간의 악랄한 느낌이 풍기는 쪽으로 가보자 했다. 그래서 처음엔 걸음걸이도 신처럼 멋지게 표현했다가 섹시한 느낌이 묻어나야 하니까 고양이처럼 어슬렁거리는 느낌을 줬고. 그런 디테일들을 다행히 알아주시는 것 같아 보람차더라.
군무를 추는 장면이 멋졌다. 마치 콘서트 같던데?
그 군무 역시 나만 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짧았는데 연출가가 더 넣자고 해서 길어졌다.
죽음이 매력적인 것은 복합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엘리자벳을 나쁜 길로 유혹하기도 하고 꼬시기도 하고 떨쳐내기도 하면서도 사랑한다.
바로 그 지점이 죽음을 하면서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섹시하면서도 약간 사악하기도 하고 또 감정이 없는 것처럼도 보여야 한다. 왜냐하면 죽음은 말 그대로 죽음이니까. 모든 사람을 죽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인도하지 않나.
그래서 사랑을 표현하는 부분에 꽤 고심했을 것 같다. 죽음의 엘리자베스를 향한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
엘리자벳이 죽어서 자기 품에 안길 때 비로소 ‘아, 진짜 사랑이었나’ 하는 사랑. 연출자가 그 느낌을 딱 한 방울의 눈물로 표현하자고 하더라. 드디어 가졌기에 기쁘지만 동시에 죽음으로 돌아간 것이니 결국 소유할 수 없지 않나. 그 아이러니, 허망함이 눈물의 의미다. 다른 이들을 죽일 때는 냉철했기 때문에 엘리자벳이 죽을 때는 약간의 떨리는 표정만 보여줘도 그 임팩트가 클 거라 여겼다.
고백하자면 무대가 멀어 눈물은 보지 못했고 키스 장면만 강렬하게 다가왔다.
(송창의, 류정한에 비해) 내가 한 게 가장 세더라, 하하. 사실 그렇게 세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리허설할 때만 해도 그렇게 안 했거든. 그런데 본극에 들어가니까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렇게나 보고 싶고 갖고 싶었던 여자를 드디어 품에 안았는데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나중에 회식 자리에서 옥주현 누나도 잘했다고 하더라. 사실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극의 흐름상 생각보다 죽음과 대면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 라스트 씬에서 그 장면을 정확하게 보여줘야만 정말로 사랑했던 감정이 전달될 것 같았다.
대사가 거의 없고 노래로만 감정을 전달해야 해서 공연 전부터 고민했다고 들었다. 해보고 나니 어떤가.
예전에 <모차르트>를 할 때도 처음엔 좀 부족했지만 공연을 하면서 찾아가는 부분이 많았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무대에 오르니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부분들이 생겼다. 관객이 있으면 리허설 때 해본 적도 없는 연기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동작들이 있더라. 작은 동작 하나하나지만, 결국 그것들이 극의 디테일을 완성해 간다고 생각한다. 30회니까 10회까지는 찾아갈 거다. 하하.
콘서트와 뮤지컬의 감동은 어떻게 다른가.
콘서트는 나, 김준수를 보고 박수쳐 주지만 뮤지컬은 역할에 동화된 나를 보고 박수를 쳐주지 않나. 두세 시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도 기쁘고, 열심히 표현하려던 것들이 잘 전달됐음을 현장에서 확인 받으니까 짜릿하다. 뭐가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다르다. 둘 다 맛볼 수 있어서 나는 행운아다.
어제 공연에 박유천도 왔다. 뭐라고 평하던가.
깜짝 놀랐다. 1막이 끝나고 나서야 “나 1막 다 봤는데?” 이러는 거다. 내가 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아서 그냥 알리지 않고 왔다고 하더라. (매니저를향해) 뭐라고 했어요? (매니저: 준수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을 맡았다며 진짜 자랑스러워했다.) 근데 나한테는 “여자들이 좋아하겠는데?” 이랬거든. 하하.
뮤지컬 역시 연기의 영역이다. 나아가 정극 연기, 드라마 연기를 해보고 싶지는 않나. 박유천이나 김재중도 드라마를 하니까.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해보고 싶긴 하다. 완벽하게 선을 그은 건 아니다. 다만 뮤지컬로 시작했으니 더 제대로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나저나 살이 많이 빠졌는데 축구 덕분이라고? 연예인 축구단 FC MEN 활동을 열심히 하나보다.
겨울이라 일주일에 한 번 구장에 나가 축구를 한다. 여름과 가을에는 일주일에 세 번도 하고.
혹시 친한 프로 선수가 있나.
정성용 골키퍼와 친하다. 박지성, 이청용, 유상철 선수와는 베트남에서 함께 자선 공연을 하면서 잘 어울렸는데, (그들이) 바쁠 것 같아서 연락은 잘 못하겠더라.
그 쌍둥이 형인 주노가 일본에서 신한류스타로 등극했는데.
형은 프로 입단 제의까지 받을 정도로 야구를 잘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야구가 하기 싫었다고 고백하더라. 프로에 가는 순간 앞으로의 인생을 야구선수로 살아야만 하는 운명인데 아무리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동방신기로 막 데뷔했던 때였는데, 나도 화를 많이 냈고 형을 지원했던 아버지도 힘들어했다. 하지만 지금은 뿌듯하다, 동생으로서. 믿어달라고 한 만큼 열심히 잘하고 있으니까.
지금의 허스키한 보이스는 언제부터였나.
중3인가, 고1 시절부터였던 거 같다. 노래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였는데 중학교 때 변성기가 와서 3~4년 노래를 못하다가 목소리가 너무 안 나오니까 억지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변성기가 풀렸는데 허스키해졌더라.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나.
처음엔 인식을 잘 못했다. 그런데 노래로만 나를 알다가 처음 만난 사람들 모두가 “목 쉬셨어요?” “노래 너무 많이 하시나봐요” 하는 거다. 스트레스였다. 그러다 라디오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는 나도 깜짝 놀랐다. 너무 허스키해서, 못 들어주겠는거지. 하하. 지금은 뭐, 계속 듣다 보니까 괜찮다.
노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수경도 그렇고 박선주도 그렇고 보이스에 대해 극찬을 하더라. 목소리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지 않나, 예를 들면 <나가수> 같은 데 나가본다든지.
얘기는 좀 나왔었다. 시아준수는 <나가수>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예능을 전혀 못하고있으니까.
예능만 못 나가나.
시사, 경제, 문화, 드라마, 영화 다 가능한데 예능만 못한다.
답답하겠다.
사실 예능에 욕심이 많진 않은데 안 나가는 것과 못 나가는 것은 차이가 크니까. 가끔 좋은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긴 하다. <뮤직 웨이브>나 <열린음악회>, <사랑의 리퀘스트>, <스케치북> 같은거. 가수인데 그런 곳에도 못 간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블랙 셔츠는 앤 드뮐미스터 블랙 진, 실버 메탈 벨트, 십자가 이어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JYJ 월드 투어는 나름의 돌파구였는데 반응이 뜨겁다고.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회사 대표께서 잘 만들어줬다. 우리 셋도 굉장히 갈망했던 거고.
해외 팬들을 대할 때 느낌이 어땠나.
우선 놀랐다. 처음 미국에서 쇼케이스를 가졌을 때부터 놀랐지만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캐나다, 스페인, 독일 등에서 우리 노래를 따라 부르고 환호하고 이름을 불러주니 너무 신기하고 기쁘더라. 포기하고 싶고 놓아버릴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그럴 때마다 힘이 난다.
여전히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나.
가끔 있다. 예전에 비하면 물론 덤덤해진 편이다. 10개 중에 10개 다 안 됐다면 이제는 10개 중에 2~3개는 하게 됐으니까 이게 어디냐 싶은 거지. 사실 우리는 항상 안 보이는 곳에서 일을 10개씩은 벌여놓는다. 돼야지만 되는 거라 말을 안 할 뿐이다. 회사가 일 안 한다고 비난하는 팬들이 있는데 그게 아니란 말을 꼭 이 자리를 빌려 하고 싶었다. 계획했던 일을 다 하고 있으면 지금 훨씬 더 바쁠 거다.
지난해에 트위터에 가장 많이 거론된 연예인이 JYJ란 얘기가 있다. 갑갑한 상황에서 SNS가 팬들과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여기나.
그렇다. 유일한 매개체다. 기사는 사실 소통이 아니지 않나.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SNS를 통해서밖에 못 하니까.
강타를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당신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우는 지망생들이 많을 텐데,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아이돌은 되지 마세요? 우리나라 아이돌의 세계가… 하하.
지금은 어떤가, 스타로 사는 데 버거운 부분이 있나.
글쎄, 나는 도전도 즐기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나름 잘 이겨내려 노력하는 편이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으니까. 모든 연예인, 아이돌들이 이 점을 깨우쳐야 극단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 처음에는 모른다. 잃는 것만 보이니까 힘들어하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일궈도 못 이룬 것을 이루지 않았나. 스물일곱의 나이에 부와 명성을 얻었으니까.
처음에는 반대로만 생각했다. 비관적이었지. 내가 왜 연예인이 됐을까. 연애도 편하게 못하고 롯데월드나 캐리비안베이에도 못 가고. 평범한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들도 다 똑같을 거다. 아이돌은 규제가 더 심하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얻은 것은 보지 못하고 잃은 것만 봤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고민하고 있더라. 아하, 결국 다 똑같구나 싶었다. 이제부터 얻은 것에 감사하자고 마음먹으니 기분부터 달라지더라. 하지만 다시 태어나면 연예인은 절대 안 할 거다. 그건 확실하다. 지금의 삶이 싫은 게 아니라 잃었던 걸 누려보고 싶으니까.
아, 롯데월드가 너무 가보고 싶은 거군?
맞다. 진짜 좋아하거든. 꿈의 동산!
얻은 것 중에 가장 감사한 게 있다면?
나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것. 그분들이 나를 보고 박수 쳐주고 사랑해주는 이 상황 자체.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런 삶을 누릴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얻은 것에 감사하면서부터 캄보디아에 학교를 지을생각도 한 건가.
회사를 나올 때까지만 해도 더 이상 가수 활동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사실 그럴 각오가 없으면 나오지도 못했다. 일본 도쿄돔 공연 6회를 전부 매진할 정도로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때 아닌가. 어떻게 보면 무모하지, 어렵게 올라와서 그걸 깬다는 게. 너무나 무서웠고, 너무나 두려웠다. 하지만 확신이 있었다. 지금처럼 살면 행복하지 않을 거니까. 13년이란 계약 기간 동안 일한 뒤 서른 중반이 되어 세상 밖으로 독립했을 때,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매일 두시간을 자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을 버틴다는 게 말이 안 되더라. 물론 나를 지켜봐주는, 나를 위해 애쓰는 스태프들 때문에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정말 나를 위한 삶이 아닌 것 같더라. 그렇게 포기할 각오까지 하고 나왔는데, 힘들지만 다시 활동을 하게 됐고 가수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나누고 싶다. 나눌 수 있을 때 나눠야 하니까.
잃는 것 중에 가장 큰 게 있다면 연애일까?
연예인이기 때문에 제한되는 것들이 있지 않나. 물론 그 중 하나가 연애다.
요즘엔 공개 연애도 많이 한다. 이젠 가능하지 않을까?
가능은 한 것 같다. 솔직히 나이가 스물일곱인데 연애를 안 한다는 게 더 웃긴 거 아닌가. 이상한 것도, 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팬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 “하는 건 좋다, 걸리지만 말아달라”고. 그 마음이 뭔지 안다.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
팬들에 대한 예의다?
그렇다. 하지만 멤버 세 명 모두 예전만큼 무조건 숨겨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한다. 연애가 결혼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름다운 거 아닌가.
오랜만에 듣는 질문일 텐데, 이상형은?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 나를 사랑하는 여자보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는 게 맞는 것 같고, 반대로 여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행복한 삶인 것 같다.
구체적인 스타일로 말한다면.
외모는 이상형이라 콕 짚어말할 뭔가가 없다. 이런 건 있다. 어른을 공경하고 예의 바른 여자가 좋고 담배 피우는 여자는 싫다. 사실 나 되게 보수적이거든. 내가 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예쁘고 인기 좋은 여자라 해도 이 두 가지가 아니면 아니다.
연애하고 싶지 않나?
하고 싶긴 하다. 그리고 연애를 해야지 노래도 더잘하거든. 30, 40대 가수들의 노래가 깊이가 다른 게 노래만 잘해서가 아니라 감성이 달라서 그런 거거든. 임재범 선배가 “어쩜, 우리” 하는 순간 정말 “어쩜, 우리”라는 감정 그대로가 되어버리지 않나. 그걸로 끝나는 거다. 테크닉으로만 보면 지금 20대들이 훨씬 더 잘한다. 하이노트도 장난이 아니고. 하지만 그 감성, 감정만큼은 따라갈 수 없다. 경험이고, 세월이니까.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 테크닉보다는 감성을 중시한다고 말한 건가. 테크닉은 후천적인 거니까 그렇다 치고 감성은 어떻게 유지하나.
연습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모든 노래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데 그 감정 그대로 부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듣는 사람 귀에도 그대로 전달되니까. 아무리 테크닉이 훌륭하고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감성이 없는 건 딱 들으면 안다. 그래서 한 소절만 살짝 불러도 생각을 하고 부른다. 가사에서 말하는 경험이 내게 없다면 비슷한 경험을 막 떠올려서 생각하면서 부른다. 기쁘면 막 웃으면서 하고, 슬프면 누구보다 슬픈 표정을 짓고 한다. 그래야 목소리에 배어 나오니까.
30대 중반의 김준수는 누구보다 감성적인 남자겠다.
그냥 멋진 아저씨가 되고 싶다.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으니까. 배가 나와도 되고 주름이 생겨도 되는데, 멋있는 품성의 아저씨가 되고 싶은 거지. 우리 아빠처럼.
아버지가 인생의 롤모델인가?
엄마한테 하는 걸 닮고 싶다. 진짜로 엄마한테 잘하시니까. 그런 아빠가 이해가 가는 게 엄마가 미스코리아 출신이시거든. 5년이나 엄마를 따라다녔는데도 엄마는 아빠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조차 싫어했다고 한다, 하하. 아무튼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설거지며 빨래를 하시면서 늘 강조하셨다. 너희들도 부인에게 사랑받으려면 설거지 정도는 꼭 해야 한다고. 한마디로 가부장적인 구석이 털끝만큼도 없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격의 없이 말장난하고 편하게 대해주신다.
집안이 정말 화기애애하겠다.
맞다. 화목하다. 형도 완전 웃기고 개구쟁이다.
그런데 정말 빨래, 설거지 직접 하나?
물론이다. 당연히 할 줄 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이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