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는 "지금의 삶에 감사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연예인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가수를 하면서 잃어버린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남자, 참 사람 헷갈리게 한다. 전 소속사와의 갈등과 그 후유증을 겪으며 일찍 철이 든 때문인지 나이에 비해 성숙한 답변을 술술 늘어놓다가도, 이내 까르르 웃으며 장난끼 어린 20대 중반의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온다.
그룹 JYJ의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인 김준수(시아준수ㆍ25) 말이다. 30일 뮤지컬 '엘리자벳'의 개막을 열흘 앞둔 그를 만났다. 2010년 '모차르트!'로 데뷔해 지난해 '천국의 눈물'과 '모차르트!' 재공연 무대에 선 그의 세 번째 출연작이다.
그는 뮤지컬계에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자타공인 뮤지컬계 톱스타 조승우에 필적하는 흥행 카드로 떠오른 데다, 그간 출연한 작품들에 대한 공연계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스타를 찾던 뮤지컬계로서는 반가운 선물이 된 셈이지만, 그에게도 뮤지컬은 인생의 큰 선물이다.
"(동방신기 탈퇴 이후)아무도 날 찾아주지 않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시기에 희망을 찾게 한 게 바로 뮤지컬이었어요.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이기도 했기에 절실한 마음으로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거죠."
물론 "30, 40대쯤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던 그는 예기치 못한 이른 도전에 두려움도 많았다.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던 시기에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며 잘하는 가수로서가 아닌 생소한 뮤지컬 배우로서 서야 했으니까요."
운 좋게도 처음 맡은 역할이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고민하던 자신과 꼭 닮은 모차르트였다. "천재성 때문에 자신의 인생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모차르트를 연기하면서 용기를 많이 얻었다"는 그는 이 작품 이후 거의 모든 뮤지컬의 캐스팅 제안을 받을 만큼 뮤지컬 배우로서도 주가를 올리게 됐다.
그런 그가 여러 작품을 마다하고 고른 것이 '엘리자벳'이다. 2년 전 뮤지컬 콘서트 무대에서 미리 삽입곡을 접하면서 일찌감치 출연을 희망했다고 한다. 실존 인물인 오스트리아 엘리자베스 황후의 일대기를 다룬 이번 공연에서 그는 죽음을 의인화한 캐릭터 토드를 연기한다. 토드는 어린 엘리자베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평생 그의 곁에 머물며 유혹하는 역할이다. 선택의 기준은 "안주하지 말고 늘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자"는 바람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역할이 다른 법"이라며 " 쟁쟁한 선배들이 거쳐 간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작품은 잘해 봐야 본전일 것"이라며 웃었다.
"제가 앙상블부터 차근차근 배역을 키워 주인공이 된 뮤지컬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저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뮤지컬 팬도 있어요. 그걸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노력하는 게 저의 몫이겠죠."
그를 바라보는 또 다른 부정적인 시선은 기존 뮤지컬 배우보다 월등히 높은 출연료다. '모차르트!' 초연 당시 러닝 개런티를 걸어 회당 3,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그는 "뮤지컬이 다른 장르에 비해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 보니 다른 매체에는 드문 고액 출연료 논란이 있는 듯하다"며 "높은 출연료도 정당한 가치를 반영한 거라면 문제가 되지 않도록 뮤지컬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득 짧은 시간에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본 그의 인생 설계가 궁금해졌다.
"삶이 어디 가고 싶은 대로 가게 되는 건가요. 무엇인가를 정하기보다는 60대, 70대가 돼도 항상 도전하고 배우는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일단은 제게 새 희망을 심어 준 뮤지컬계에 보답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야죠."
같은 역할을 맡은 다른 두 배우와의 비교가 불가피하겠다.
배우들 이름을 들었을 때 머리가 ‘띵’했다. 당연히 부담됐고 망설여졌다. 그렇지만 ‘죽음’이라는 역할은 초월적 존재다. 정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내 역량과 생각만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배울 점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 재미있게도 3명의 배우가 각각 40대, 30대, 20대다. 내가 제일 어리다 보니(웃음), 춤도 많이 추고 가장 활동적인 토드가 될 것 같다.
출연작 모두 국내 관객들에겐 다소 낯선 작품이었다.
지나고 보니 이 작품들이 뮤지컬 무대에 연착륙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고른 건 아니고. 누구나 흥얼거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었다면 손대기 어렵고 부담스러웠을 거다. 앞으로 계속 뮤지컬을 하면서 역량이 생긴다면 언젠가는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에 둔 작품이 있나.
<빌리 엘리어트>. 10대 초반이었다면 반드시 도전했을 작품이다. 그래서 아깝다. 정말 내게 많은 자극과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성실히, 열심히 생활하다보면 언젠가 <레미제라블>과 같은 작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두 작품만으로 최고의 티켓파워가 됐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어설픈 모습을 풋풋하다고 봐주시는 것 같다. 매번 무대마다 발전하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진심을 받아주고 응원해주시니 감사하다.
다양한 창법을 요구하는 뮤지컬 무대에선 한계를 느끼지 않나.
그래서 성악 발성법을 배우려 한다. 한계를 뛰어넘고 폭을 넓혀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낀다. 가요에 익숙하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배우보다는 역할의 폭이 좁다.
올해로 연예인이 된 지 9년째다. 유난히 많은 일을 겪었는데.
예전엔 잃은 것만 생각했다. 비관적이었고 감사할 줄도 몰랐다. 연예인이 됐기 때문에 생긴 불편함에 대해 푸념하기만 하고. 그런데 결론은 누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점이다. 평범한 사실을 깨닫고 보니 여유도 생기고, 안 보이던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고충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내가 얻은 부분은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정리가 됐다.
득도한 사람 같다.
많은 일을 겪다 보니(웃음). 인기는 언제든 없어지는 거고, 대중의 외면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거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거다. 앞으로 멋있게 나이들고 싶다.
2009년 후반 뮤지컬 '모차르트!'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동방신기'의 전 멤버 시아준수 측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시아준수는 아이돌 가수로는 최고였으나 뮤지컬 경력은 전무했다. 제작사의 제시액과 시아준수 측 요구액은 차이가 났다. 공연장은 3000석 규모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었다. "어차피 3층까지는 채울 수 없다"는 게 제작사 측 의견이었다. 상황은 시아준수 측의 한마디로 정리됐다. "우리 준수는 할 수 있다."
'우리 준수'는 했다. 2010년 1월 '모차르트!'가 막이 오르자 세종문화회관 3층까지 인파가 미어졌다. 일본 중년 여성 수백 명이 한 손에는 비행기표를, 다른 한 손에는 조류 관찰용 망원경을 움켜쥐고 그를 보러 바다를 건너왔다. 러닝 개런티를 걸었던 시아준수 측은 회당 3000만원이라는 놀라운 몸값을 가져갔다. 지난해 그의 두 번째 작품 '천국의 눈물'은 티켓 오픈 때마다 서버가 다운되는 소동을 벌이며 짧게는 5분 안에 표가 매진됐다.
'우리 준수' 시아준수(본명 김준수)가 내달 9일 개막하는 '엘리자벳'에서 남자 주인공 토드 역을 맡는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누나 팬들을 실신케 하는 힘이 어디서 나올까 싶을 정도로 가냘프게 보이는 25살 청년이었다. 약속시간에서 8분이 늦었는데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연습시간에 절대 늦지 않는 성실함으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뮤지컬 지존'인 조승우와 티켓 파워가 비교되곤 한다. 본인 생각은 어떤가?
"정말로 미치겠어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승우 형은 뮤지컬계에서 최고 아닌가요. 감사한 말씀이긴 하지만 고작 세 작품째 출연하는 저와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열 작품 이상 한 후에 비교해주신다면 그때는 숨고 싶을 정도는 아닐 것 같아요."
뮤지컬 데뷔 때만 해도 누구도 시아준수가 이렇게 성공할 줄 몰랐다.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 요인은?
"뮤지컬 제안받고 일주일간 잠을 못 잤어요.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후 첫 행보였기 때문에 엄청나게 고민했죠. 뮤지컬계에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는 것도 익히 들었고요. 하지만 저밖에 저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것, 더는 막아줄 울타리가 없다는 점 때문에 절실하게 했어요."
아이돌이라서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아이돌은 양날의 칼이에요. 쉽게 주연을 맡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강한 굴레이기도 하니까요. 뮤지컬 하면서 그 굴레를 극복했고, 인생을 배웠어요. '세상 밖을 꿈꾸려면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는 '모차르트!' 극 중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많이 울었어요. 연예인이기 때문에 받는 대중의 시선에 스트레스가 컸는데, 그걸 대변해줬거든요."
뮤지컬은 노래 외에 여러 요소가 들어가는데,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땐 미치도록 부끄러웠어요. 해보니 콘서트와는 전혀 다른 쾌감을 주더군요. 무대에서 두 시간 동안 아이돌 시아준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어서 좋아요."
그는 2009년 7월 동방신기 전 멤버 두 명과 함께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계약기간과 수익 배분 등이 불공정하다며 전속 계약 무효소송을 낸 후 JYJ로 독립했다. 이후 가수로서 JYJ의 지상파 방송 출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1시간 넘게 어떤 질문이든 스스럼없이 답하던 그였다.
"(과거에)안주하면 안 되는 거겠죠. 더 이를 악물게 돼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선택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거, 그게 지금 저희(JYJ)에게 가장 행복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10대가 제2의 시아준수가 되길 꿈꾸고 있는데?
전 다시 태어나면 절대로 연예인 안 할 거예요(그는 이 말을 세 번 반복했다). 물론 지금까지 제 인생에 후회는 없어요. 사랑받는 건 행복하지요. 하지만 아이돌 오디션에 합격한 15살 이후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며 긴장하지 않은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롯데월드도 한 번 못 가봤어요. 괜히 했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들었어요. 타인의 자극적인 말까지 견뎌야 하는 게 힘들었죠. 그러나 삶에는 잃는 게 있다는 것이 당연하단 걸 인정하면서 주위를 둘러볼 줄 알고 감사하게 됐어요.
"새 작품 '엘리자벳'에 대해서는 "같이 토드 역할을 번갈아 하는 (류)정한이 형, (송)창의 형, 엘리자벳을 맡은 김선영 누나, 옥주현 누나와 연기하는 것이 큰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요즘은 뮤지컬 음악만 들어요. 나중에는 작품성만으로 선택한 소극장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29/2012012901545.html
김준수는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땐 '잘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부터 앞섰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건 별개잖아요. '죽음'은 무게감 있고 중후한 맛이 나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이나 경력을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이 아닐까 했고요. 해야 하나, 잘할 수 있나 고민을 많이 했죠."
고민에 대한 답은 '어차피 실재하지 않는 존재인데 정답이 어디 있나'였고, 정답이 없는 존재를 연기한다는 점 때문에 선택했다고 했다.
"제작사 대표님께서 '초월적인 존재를 그 누가 중후하다고 단정하느냐'고 되물으시더라고요. 젊을 수도 있고 천진난만할 수도 있고, 그냥 제가 생각하는 죽음을 저답게 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생각하는 죽음도 어렸을 적 '죽으면 어디로 갈까', '나도 정말 죽을까' 하던 막연한 생각에서 "인간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결국 인간일 뿐이라고 느껴지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막연했던 '죽음'의 이미지는 만드는 입장을 바꿔 '엘리자베스가 느끼는 죽음'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했다. 죽음 역과 엘리자베스 역을 맡은 다섯 배우와 연출이 머리를 맞댔다.
"죽음이 엘리자베스한테 먼저 물었어요. 엘리자베스에게 죽음은 어떤 존재냐고. 자유를 꿈꾼 엘리자베스가 황후가 됐을 때 자신의 삶을 비관하고 힘들어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 죽음이 오히려 자유와 안식, 평온을 가져다주는 존재이지 않았을까 했고요."
'죽음'은 20대인 김준수와 30대인 송창의, 40대인 류정한이 나눠 맡았다. 각자의 개성은 물론 나이와 연륜의 차이도 분명할 터. 김준수는 보통 한 배역의 의상은 똑같지만 죽음만은 의상이나 헤어스타일부터 조금씩 다르고, 춤도 자신이 가장 많이 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리고 '백전노장'인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기죽는 대신 "같은 역할을 다양한 사람이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게 뮤지컬의 재미고 힘"이라고 당차게 말할 줄도 알았다. 가늘고 허스키한 목소리도 '개성으로 살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굴레에서도 이제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아이돌의 스타성을 업고 처음 뮤지컬로 와서 주연을 맡았다는 주위의 좋지 않은 시선이나 비판을 잘 알고 있었고 많이 조심스러웠죠. 사실 '모차르트' 하기 전까지 뮤지컬을 접해본 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뮤지컬은 기피증을 겪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은 저에게 한 줄기 빛이었고 다시 놓고 싶지 않아요."
"이제는 믿어주고 호응해주는 제작자나 관객분들께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요. '아이돌 출신'이라는 건 아직 남아있는 숙제고 그 선입견을 바꾸려고 계속 노력하는 거고요. '진정성을 가지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배우'로 비치고 싶어요."
1992년 비엔나 공연을 시작으로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독일어권 뮤지컬로 손꼽히는 뮤지컬 ‘엘리자벳’이 드디어 국내에 초연된다. 오는 2월9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다.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합스부르크의 황후 ‘엘리자벳’이 암살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그의 곁에서 유혹하는 판타지적 존재 ‘죽음’ 역은 당연히 김준수의 몫이었다.
“모든 배우들이 그렇지만 저는 특히 가수니까 작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음악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미 좋은 작품인 줄은 알았지만 직접 불러보니 더 크게 와닿더라고요. 또 죽음이란 역할 자체가 인물이 아닌 형상화된 초월적인 존재잖아요. 그 역할 자체도 매력적이었죠. 엘리자벳의 일대기에 ‘죽음’이란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한 극작가 미하엘 쿤체란 분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선뜻 역할을 맡지 않았다. ‘죽음’이란 역은 중후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같이 트리플 캐스팅된 류정한, 송창의보다 경험이나 나이면에서 중후함이 떨어질까 우려했다.
“망설였는데 ‘초월적인 존재는 중후해야 한다는 것을 누가 정해놨느냐’고 오히려 반문하시더라고요. 듣고 보니 또 그렇더라고요. 그냥 너스럽게 네가 생각하는 죽음을 표현하면 된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었죠.”
그가 이번 작품에서 생각하는 ‘죽음’은 ‘달콤함’이다.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는 엘리자벳에게 황실의 생활은 비극이었고, 죽음은 오히려 안식과 평온함을 주는 달콤한 유혹이다.
“죽음엔 답이 없죠. 누구도 느껴보지 못했기에 표현할 수 없는 거잖아요. 엘리자벳의 입장에서 죽음이란 존재를 느껴보니 달콤함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목소리나 음악은 다크하지만 약간은 달콤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표현했죠.”
데뷔작 ‘모차르트’부터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에 이르기까지 그는 늘 국내 초연작의 중요인물을 도맡아 했다. 제작자의 입장에선 대단한 모험이지만 1년새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의 성장가능성을 믿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좋은 기회를 주신 거죠. 초연인 만큼 저란 한 배우의 이미지가 한국배우의 이미지가 되는 거잖아요. 부담도 되지만 하면할수록 이 역을 맡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선 두 작품에서 보여지지 않은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어요. 뮤지컬배우로서 한걸음 성장하는 계기를 주는 작품이에요.”
그룹 JYJ가 월드투어 등을 다니면서 영어는 필수어가 됐다. 틈틈이 영어공부도 병행한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국내 연출자 로버트 요한슨도 그의 영어선생이 됐다. 연습시간마다 10분간 영어로 대화한다.
“연출가 선생님에게 제가 영어공부를 한다니깐 10분씩 대화를 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뮤지컬 연습하는 것보다 그게 더 힘들어요. 잘 알아들을 수 없지만 몰라도 계속 알아듣는 척하고 있어요. 고역이에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