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사랑에 빠졌죠. 내년, 내후년에는 소극장 뮤지컬도 하고 싶어요."
'시아준수'에서 김준수(24)로 차근차근 변해가고 있는 그를 지난 29일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뮤지컬 얘기를 할 땐 데뷔 2년차 신인 배우다운 열의가 흘러넘쳤다. 까다로운 질문에 답할 때는 8년차 아이돌 가수의 노련함과 자신감이 엿보였다. 김준수는 뮤지컬 무대에 진출한 아이돌 스타 중에서도 단연 화제가 됐다. 연거푸 대작 주연을 꿰차고 티켓을 순식간에 매진시킨 데 이어 고액 출연료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
이런 화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처음부터 무슨 거창한 뜻이 있어 뮤지컬에 입문한 건 아니다.
"운때가 맞았어요. 영화나 드라마 제안도 들어왔는데 스케줄도 맞춰야했고….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했죠. 음악이 있어서 뮤지컬을 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처음엔 뮤지컬을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죠.(웃음)"
지난해 데뷔작 '모차르트'에 이어 창작 뮤지컬 '천국의 눈물'에서도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승승장구했다.
"이제야 뮤지컬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처음엔 틀리지 않게 하기만도 벅찼죠. 지금은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주고받는 것도 배우게 되고…. 관객 반응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뮤지컬 공연은 매일매일이 다르다고들 하나봐요."
그는 무대에서 "3초의 차이"를 깨닫게 됐다고도 한다.
"'모차르트'에서 남작부인을 따라가는 장면이 있는데, 대사가 끝난 지 몇초 만에 돌아서느냐에 따라 무대가 주는 느낌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3초 있다가 따라가는 게 가장 좋았죠.(웃음)"
반면 전문 뮤지컬 배우에 비해 가사 전달이 부정확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뮤지컬 노래는 가요 부를 때와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밴딩'(음을 올리거나 내려 연음으로 부르는 창법)을 하면 안되죠. 가사도 또박또박 불러야 하고.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 이질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저만의 스타일을 버리지 않으려고 해요."
뮤지컬 배우와 그룹 JYJ로 활동하는 아이돌 가수 사이에서 스스로 어느쪽에 가깝다고 생각할까.
"지금은 오히려 JYJ로 무대에 설 때도 너무 뮤지컬 노래처럼 부른다고 멤버들이 구박해요. 손짓도 얼마나 많아졌는데요.(웃음) 스스로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위치를 껐다켰다하면서 양쪽을 넘나들어야 하는 거 같아요."
구설수도 많았다. 회당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출연료를 받는다는 소문, 소속사의 투자 덕분에 주연을 꿰찼다는 설 등. '아이돌 후광'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준수는 의외로 담담한 대답을 내놨다.
"앙상블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 무대에 서게 되는지 알죠. 저는 열심히 해왔던 가수로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고액 개런티 얘기도 유독 뮤지컬에서만 나오지 않나요? 드라마나 CF에서는 출연료를 많이 받는 게 기록처럼 받아들여지던데…. 뮤지컬 시장이 열악해서 유독 그런 것 같아요."
그는 국내 뮤지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내년, 내후년에는 소극장 무대에 서고 싶어요. 홍보대사 같은 역할도 시켜주시면 감사하죠. 하지만 첫 발걸음은 대중이 찾아주셔야 한다고 봐요. 대중의 사랑으로 공연이 잘 되고, 투자가 많이 들어오면 제작사와 배우들이 풍요롭게 작품을 만들고, 결국 외국에 역수출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JYJ는 전 소속사인 SM과 계약 조건 분쟁으로 갈라서게 된 이후 방송 활동 등에 제약이 남아있다.
"아직 막막하죠. 저희에게 어려운 점이 있다면 뭐든지 돌아서 가야한다는 것, 그게 힘들어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른 방도도 연구해보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있어요."
올해로 24살 청년인 그에게도 군복무 계획이 신경쓰이나 보다. '천국의 눈물' 얘기를 하면서 "군복을 미리 입어본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고 농담을 던진다.
"지난 2월에 신체검사를 받았어요. 현역으로 가야죠.(웃음) 검사 결과 3급이 나왔는데 막상 결과를 보니 아쉽던데요. 저도 남자의 자존심이 있는지 이왕이면 1급이 나왔으면 했거든요. 최대한 활동하다가 때가 되면 가고 싶어요."
그에게 뮤지컬에 뛰어들기 전과 후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물었다.